[윤경민 칼럼]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의 배반
카카오톡이 메신저 본연의 역할을 버리고 SNS로 변신하려다가 이용자들의 호된 비판에 직면해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이번 실패는 사용자의 불편은 외면한 채 수익만 올리려다 빚은 사필귀정이다.
이번 결말은 스마트폰에 전화번호가 등록된 사람은 대부분 자동으로 카카오톡 친구로 등록이 되는데, 이는 적극적인 친구 맺기로 이루어지는 SNS의 친구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걸 간과한 채 개편한 데 따른 참사다. 굳이 궁금하지 않은 이들의 사생활을 강제로 봐야 하는 불편함이 이용자들의 분노를 자아낸 것이다. 오죽하면 "직장 상사의 사생활을 내가 왜 봐야 하느냐"는 댓글이 달렸겠는가.
불필요한 숏폼영상과 광고에, 이용자들의 사생활이 노출돼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짜증 난 이용자들이 라인, 텔레그램 등 다른 메신저로 탈출하겠다고 반발. 실제로 대체 메신저인 라인을 새로 설치한 사람이 평소에 비해 3배 늘었고 네이트온 설치는 무려 18배 늘었다. 카카오톡에 대한 1점 리뷰가 급증, 설문 조사 결과 42%가 불만을 표했다.
이러다간 국민메신저라는 대명사를 반납할 처지에 놓이면서 주가마저 26일 6%대 폭락하고 말았다. 화들짝 놀란 카카오는 이용자 편의를 고려해 다시 개편하겠다며 백기를 들었지만 이용자들의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뒤였다.
카카오톡은 그동안 이모티콘 판매나 선물 기능으로만 수익을 내던 것에서 광고를 통해 수익을 확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SNS로 성격을 바꾸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대항하겠다는 야심이었겠지만 대실패로 막을 내렸다.
원인은 공급자마인드 탓이다. 개편 과정에서 내부의 깊은 논의나, 사용자 체험 반응을 충분히 살펴보지 않았던 점이 꼽힌다. 이용자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만 벌겠다는 심보가 그대로 드러나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은 것이다.
사실 기존 친구 생일 알림도 부담스러웠던 측면이 있었다. 친한 관계라면야 지나칠뻔한 생일을 알려줘 축하 메시지도 보내고 선물도 보낼 수 있지만 그다지 친분관계가 없는 관계까지도 생일을 알려주면 부담스러워지는 게 사실이다. 알고도 모른 척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생일을 맞은 모든 이들에게 축하메시지와 선물을 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익을 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세상에 소비자들의 감동 없이 돈만 벌겠다고 하는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번 카카오톡 개편 실패가 보여준다. 카카오톡이 국민메신저로서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감동을 주는 개편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