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건강칼럼] 맛의 건강학 ⑤ 짠맛[鹹味]은 뭉친 기운을 풀어준다

2025-10-23     한동하 한의학 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짠맛은 인류의 생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맛이다. 인류가 불을 발견하기 전부터 이미 소금을 먹었을 것이다. 고대인들 또한 소금이 없으면 삶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짠맛은 단순한 기호가 아니라 생존의 열쇠였다.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은 신경과 근육의 활동,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기 때문이다.

소금은 바닷물을 증발시키면 누구나 얻을 수 있지만, 과거 식민지 시대나 군정 시대에는 민간인이 함부로 소금을 만들지 못하게 했다. 소금의 생산과 유통을 통제하는 것은 곧 식량으로 국민을 통제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실제로 로마 시대에는 군인들의 급여를 소금(salt)’으로 지급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오늘날 ‘salary(봉급)’라는 단어가 유래했다.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생존과 경제, 권력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고대부터 근대까지 소금 전쟁(Salt Wars)’이라 불릴 만한 실제 무력 충돌이 여러 차례 있었다.

우리 밥상에서 짠맛은 늘 중심을 차지한다. 김치, 된장국, 간장양념, 젓갈은 한국인의 전통적 짠맛 문화다. 소금이 포함된 간장, 치즈, 올리브 등 발효식품이나 저장식품 속에도 짠맛이 풍부하다. 세계적으로도 소금은 빵, 치즈, , 피클, 올리브 등 다양한 형태로 음식에 스며들어 있다. 짠맛은 단순한 맛을 넘어 음식 보존과 직결되어 있어서, 소금이 없었다면 발효음식과 저장식품 문화도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짠맛[鹹味]은 나트륨 이온의 농도 차이를 통해 혀에서 감지된다. 짠맛은 기본적으로 삼투압을 조절하고 체액의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과 연결된다. 그래서 몸에 소금기가 부족하면 세포 밖의 삼투압이 낮아져 세포가 부풀고, 심하면 순환계의 균형이 무너져 심장마비나 저혈압성 쇼크 등의 위험이 생길 수 있다. 소금을 먹지 못하면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짠맛의 본질은 염류(鹽類). 대표적으로 염화나트륨(NaCl)이 있으며, 칼륨, 칼슘, 마그네슘 같은 무기염류도 짠맛을 낸다. 짠맛은 나트륨(Na)이 혀의 이온 채널을 열 때 느끼는 전기적 감각으로, 나트륨은 짠맛의 주된 성분이면서 순수하고 깔끔한 짠맛을 낸다. 염화이온(Cl)은 짠맛보다는 균형의 역할을 하며, 단독으로는 거의 맛이 없다.

그러나 염화이온 또한 우리 몸에서 중요한 전해질로 작용한다. 나트륨과 염화이온은 둘 다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성분이다. 이들 성분은 체액의 삼투압, 신경전달, 근육수축에 필수적으로 관여하며,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다.

사람은 땀을 많이 흘리거나 탈수 상태가 되면 본능적으로 짠 음식을 찾는다. 이는 나트륨이 소실되었을 때 체내 균형을 회복하려는 생리적 반응이다. 또한 짠맛은 식욕을 돋우는 효과가 있어 담백한 음식에도 약간의 소금을 넣으면 맛이 살아난다. 그래서 짠맛은 맛의 중심이라 불린다.

한의학에서는 짠맛을 오행상 수()에 속하게 하며, 신장[]과 연관된다고 본다. 그래서 연견(軟堅), 윤하(潤下), 보신(補腎)의 성질이 있는 것으로 여겼다. 연견 작용은 딱딱한 종괴나 굳은 것을 풀어주는 것이고, 윤하 작용은 변비를 풀어주는 효능이다. 또한 짠맛은 기운을 아래로 통하게 하면서 보신 작용이 있어 신장의 기운을 도와 정()을 보충한다.

짠맛이 나는 한약재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곤포(昆布, 다시마)는 단단한 것을 부드럽게 하고 뭉친 것을 풀어준다. 갑상선종이나 림프절 비대에 쓰인다. 해대(海帶, 미역)나 해조(海藻, 모자반·톳류)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패류 중에서도 짠맛이 나는 것으로 모려(牡蠣, 굴껍질)가 있는데, 진정, 수렴작용과 함께 뭉친 것을 풀어주는 작용이 있어 진경, 안신, 위산 억제 작용을 낸다. 해표소(海螵蛸, 오징어뼈)는 제산작용과 지혈에 쓰이며, 석결명(石決明, 전복껍질)은 간열로 인한 안질환에 사용된다. 망초(芒硝, 황산나트륨)도 짠맛이 강하면서 연견과 윤하 작용이 있어 과거부터 설사약으로 사용되었다.

짠맛이 콩팥의 기운을 보한다고 하면 의외의 효능으로 생각된다. 짠맛을 많이 먹으면 소변이 잘 나가지 않고 부종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짠맛 식품은 적절한 양에서는 수()와 신()을 보한다. 예를 들면 육류 중 돼지고기는 맛이 짜고 기운은 평이하면서 신을 보하고 윤택하게 한다. 자하거(紫河車, 인태반)는 맛이 짜고 기운은 따뜻하면서 보정익기(補精益氣)한다.

흑두(黑豆, 검은콩)는 맛이 달고 짜면서 이수작용과 함께 신을 보하고 눈을 밝게 한다. 흑미(黑米)도 맛이 달고 짜면서 보간신(補肝腎)하고, 흑지마(黑芝麻, 검은 참깨)도 맛이 달고 짜면서 보간신 작용을 한다.

짠맛은 인체에 필수적이지만, 과하면 해롭다. 염분 과잉은 혈압을 상승시키고 혈관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그리고 짠맛을 즐기면 나트륨 과잉으로 인해서 칼슘 배설을 촉진해 뼈 건강을 해친다. 나트륨 섭취가 많아지면, 체내는 과잉된 나트륨을 배출하려고 소변으로 내보낸다. 이때 칼슘도 함께 배설되는 경향이 있어서 나트륨의 배설이 증가하면 칼슘의 재흡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짠맛이 많으면 습()을 만든다고 하여 짠맛의 과다 섭취가 습을 조장해 부종을 일으키고 체내 불균형을 초래한다고 경계했다. 짠맛은 본래 신장()에 들어가 수분 대사를 도우나, 지나치면 오히려 수기의 흐름을 막아 부종과 담음(痰飮)을 일으킨다. 소금을 과다 섭취하면 신장에도 무리가 된다. 또한 짠맛은 수분을 끌어내기 때문에 과다하면 진액을 손상시킨다.

<내경-소문>에서는 짠맛이 많으면 혈을 상하고 근육이 수축한다고 했는데, 이는 염분이 혈맥의 순환을 저해하고 체내 냉습을 조장함을 뜻한다. 결국 짠맛은 적당히 쓰면 신을 보하지만, 지나치면 습을 일으키고 혈을 응체시켜 신을 손상시킨다.

소금은 음식의 간을 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식당에서 보면 탕 등의 음식이 나오면 으레 소금통을 집어드는 분들이 있다. 이미 이 탕은 짠맛이 강한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먹으면 너무 짜지 않을까 생각들지만 항상 그렇게 먹어 왔기 때문에 더 자극적인 짠맛에 적응이 된 것이다.

맛은 경험이다. 소금을 넣지 않더라도 음식 본연의 맛에는 짠맛이 있다. 그래서 가급적 보다 싱겁게 먹는 습관을 들이면 짠맛을 줄일 수 있다. 음식에 포함된 짠맛으로도 충분하게 염분을 섭취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맛을 느끼는 정도는 습관에 따른 익숙함에 따라 달라진다..

짠맛은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가장 근본적인 맛이었다. 짠맛은 생존에 필수적이었고, 교역과 전쟁을 이끈 자원이기도 했다. 짠맛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이지만, 그 양의 균형이 생사의 갈림길을 가른다. 소금은 적당하면 생명을 살리지만, 과하면 병을 만든다. 짠맛은 양날의 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