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가 일본 여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가 육식남 기질 때문만은 아니다. 외모도 한몫한다. 평균 키를 보자. 공신력 있는 기관의 통계를 보면 한국인 남성의 평균 키는 173cm, 일본인 남성은 171.8cm.  

[출처: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국가건강보험공단) 2021년 학교건강조사 (일본 문부과학성)]

근소하지만 한국 남자들이 좀 더 크다. DNA가 그렇다. 과거 일본을 가리켜 왜나라라고 불렀던 것도 그와 관련 있어 보인다. 왜국(倭國)의 왜, 왜구(倭寇)의 왜가 왜소(矮小)의 왜, 즉 키 작을 왜(矮) 자와 비슷하다. 물론 193cm나 되는 오타니 쇼헤이처럼 장신도 있지만 평균 키가 그렇다는 얘기다.

필자의 큰 아들이 도쿄의 한 공립소학교에 입학해 3년간 다닐 때 관찰해 본 적이 있다. 분명 내 아이가 한국 유치원에서는 작은 키였는데, 같은 반 일본 아이들과 비교해 보면 키가 큰 편에 속했다. 

키뿐이 아니다. 한국 남자들은 잘 꾸민다. 패션 감각도 좋은 편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자신의 외모를 잘 가꾼다. 화장하는 남자도 늘고 있다. 비비크림을 발라 피부를 뽀얗게 한다. 헤어 스타일도 개성 있게 꾸미는 남자들이 적지 않다. 왁스나 스프레이로 한껏 모양을 낸다. 심지어 눈썹 문신까지 하는 이도 있다. 성형수술도 이제는 여성 전용이 아니다. 

물론 일본 남성들 가운데 이렇게 노력하는 멋진 이들도 있다. 도쿄 신주쿠의 가부키쵸에 주욱 늘어선 호스트바에 내걸린 사진을 보면 모두 연예인 뺨치는 남자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일본 남자들보다 한국남자들이 멋을 더 내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지금 필자가 말하는 것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할 수가 있다. 필자의 뇌에 각인된 일본인들의 모습은 도쿄 특파원을 했던 2000년대 중반(2005~2008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글 '일본 여성들은 왜 한국 남자들에게 빠져들까'에서 한국 남자들이 일본 남자들보다 애정 표현을 훨씬 잘한다고 했더니 곧바로 반론이 제기됐다. 지금 일본에 사는 한국인 여성의 말이다.  

"옛날 한국 남자들은 그랬던 거 같아요. 지금 젊은 세대 남자들은 전혀 다른 거 같아요. 데이트 비용은 요즘 우리도 더치페이~ 요즘엔 일본에서도 여자 가방 들고 가는 남자들도 많고, 애정표현도 많이 하고~ 암튼 한국도, 일본도, 서로 닮아가나 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을 지켜보니 보기 좋더라구요~ 서로 교류도 많이 하고~ 한국 젊은 사람들도 일본에 많이 와요~"

이 글을 접하고 20~30대에게 물어봤다. 

"썸 탈 때는 데이트비용을 남자가 거의 대부분 내지만 확실한 연인관계가 되면 6대 4정도로 바뀌는 것 같아요. 그리고 결혼까지 약속한 경우에는 공동 통장을 만들어 각자 반반씩 넣어놓고 함께 쓰는 경우도 있고요" (30대 초반 결혼 3년차 여성)

"오빠가 공부할 땐 돈 버는 제가 많이 썼어요. 지금은 오빠도 직장에 다녀서 오빠가 좀 더 내는 편이죠.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을 볼 때는 제가 쓰고 오빠가 좋아하는 스포츠를 할 땐 오빠가 내기도 하고..." (20대 후반 미혼 여성)  

심지어 식사를 함께 해도 딱 절반씩 나눠 내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매우 합리적 사고 방식 아니겠는가. 여성의 사회활동이 일반화되었고 남녀 간의 소득 차도 크게 줄었으니 트렌드가 바뀌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며 사회구조와 의식 구조 또는 사고방식이 변화하면서 데이트 문화도 바뀌는 것일까. 일본 남자들이 점차 육식남으로, 한국 남자들은 초식남으로 바뀌어가는 걸까. 그런데 한국 남성들이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아마도 한국 드라마의 영향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욘사마'로 대표되는 제1기 한류의 파고가 일본 열도를 휩쓸었을 때 팬의 절대다수는 중장년 여성이었다. 욘사마를 보기 위해 나리타공항에 몰려드는 50~60대 일본 여성들은 폴더폰을 꺼내 들고 욘사마를 휴대폰 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저장했다.

춘천과 남이섬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도 대부분 중년 여성이었다. 그들이 한참 동안 잊고 살았던 로맨스의 본능을 욘사마가 깨워주었기 때문이었다. 내면에 잠자던 달콤한 감정을 끄집어내 주었던 게 욘사마였다. 일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뭔가 애틋하고 로맨틱한 장면들이 일본 중년 여성들을 매료시키며 욘사마 열풍을 일으켰던 것이다. 

일에 바쁘고 밖으로만 도는 남편과의 무미건조한 일상에, 달달한 멘트로 무장한 다정하고 자상한 욘사마에게서 위로받고 치유받았으리라. 한국보다 더 가부장적 사회에 길들여진 일본 여성들이 드라마에 비친 친절하고 자상하고 헌신적인 한국 남자 욘사마에 푹 빠져든 것이다. 사족을 보태자면 기억상실증을 비롯한 극단적 상황으로 전개되는 한국 특유의 설정 드라마 혹은 막장 드라마도 한류 팬덤을 두텁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중심으로 한 한류가 뿌리를 내리면서 일본인들의 연애 문화도 변화하는지 모르겠다. 괜히 걱정되는 건 한류 드라마에 흠뻑 빠진 일본인 여성들이 가질지 모를 오해다. 모든 한국 남자들이 다 로맨틱하고 '한류 사천왕'처럼 잘 생겼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 '가스라이팅'이다. 

참고로 초대 한류 사천왕은 배용준, 원빈, 이병헌, 장동건을 일컬었으나 시대가 바뀌면서 이민호, 김우빈, 김수현, 이종석, 송중기, 공유, 박보검. 현빈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뿌리내린 한류는 일본 여성들의 뇌 회로에 한국 남자들은 자상하고 친절하며 로맨틱하고 잘 생겼다는 고정관념의 칩을 끼워 넣어 놓은 듯하다. 그래서 한국 남성과의 연애를 동경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고 실제 혼인으로 이어지는 한국 남자 일본 여자 부부가 늘어는 것 아닐까.

그런데, 일본 여성들의 매력은 뭐냐고? 이걸 얘기하려다 삼천포로 빠졌으니 다음 글을 기대하시라~

 

헬로tv뉴스

유튜브에서 헬로tv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제보] 카카오톡 '헬로tv뉴스' 검색 후 채널 추가

저작권자 © LG헬로비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