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정/ 배우, 학교에연극을심는사람들 대표]

의정부에 26년을 살아 오면서 ‘마을공동체 하모니’ 기반의 발달장애청년들을 처음 만난 건 4년전이다. 물론 그 전에 의정부시마을공동체 활동가를 하면서 한달에 한 번씩 발달장애청년들의 부모님들이 운영하는 공동체를 방문했었다. 그 때 청년들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내 옆에 슬쩍 앉아 있곤 했었다. 공동체의 컨설팅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방문을 거듭할수록 발달장애청년들과 ‘함께 할 일’이 없을까 생각했다. 청년들은 발달상황에 맞지 않는 활동들을 하곤 했었는데 예를 들면 소근육이 불편한데 미세한 붓을 들고 색칠을 한다든가, 청년들이 수행해야 할 활동을 그냥 어머니들이 대신 하고 계신 모습이었다. 장애청년들의 교육을 위한 마을공동체활동을 보면서 장애청년들의 현실에 관하여 조금씩 눈이 떠졌다. 그 당시 필자가 어머니들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우리 청년들이 연극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아 보면 어떨까요?’ 정도의 제안이었다. 

나에게는 공간도 없었고 예산도 없었다. 청년들은 스무 살이 되면 갈 수 있는 학교가 거의 없었다. 어머니들은 사비를 모아서 공간을 빌리고 그곳에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고 청년들의 하루 하루 스케줄을 만들고 꾸려 오고 계셨다. 어머니들에게 ‘연극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끝에 첫 해에는 재능기부 자원봉사로 연극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강아지똥>이라는 동화연극을 함께 만들고 살판소극장에서 공연하였다. 그 다음 해에는 어머니들의 제안으로 시청 문화예술과에서 장애인 협업관련 문예기금을 받아 의정부예술의전당소극장에서 <장애극장 in 의정부>라는 작품을 올렸다. 같은 해에 제 1회 어울렁더울렁 다시한번 온마을연극축제에서 연극<어린왕자>도 올렸다. 세 번째 해에는 의정부 시평생학습원의 지원을 받아 ‘뮤지컬 가스펠갈라’를 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다시 의정부시평생학습원의 지원으로 <감성음악극 어린왕자>(작곡/ 미하엘 슈타우다허)를 준비하여 12월에 의정부시 아트캠프블랙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필자는 청년들과 연극작업을 하면서 매번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을 받는다. 무엇보다 청년들은 연습에 거의 빠지지 않는다. 자기의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청년들은 매우 솔직하다. 표현을 잘하기 위해 -마음속의 절박함을 겉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워도- ‘해내려고’ 애쓰는 모습을 알 수 있다. 다른 동료들의 몸짓, 손짓, 표정에 크게 웃으며 지지한다. 강사들을 세상의 그 누구보다 반갑게 맞아주고 안아주고 손을 잡아준다. 이렇게 따뜻할 수가 있는가. 필자는 수업 한 차시 한 차 시마다 새로움을 발견한다. 그들의 표현에는 항상 눈에는 보이지 않는, 다른 의미가 곁들여 있음을 시간이 조금 지나야 알 수가 있다. 그러한 소통의 얇고 미세한 결들을 찾아 내고 또 다른 소통의 방법을 알 수 있게 되는 법을 배울 때마다 기쁘다. 청년들과 좋은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들을 다른 장애인들과 기꺼이 나누고 다수의 장애인 관객발굴에 힘쓰는 것이 필자의 목표이다. 올해는 이들의 연극으로 국제교류를 해볼까 한다. 외국의 어느 소박한 마을에 이들처럼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즐기고 기뻐해 줄 수 있는 관객을 찾아 떠나보고자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매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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