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 카지노와 전당포, 모텔 같은 시설이 즐비한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강원도의 한 탄광촌 이야기입니다.
폐광 이후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유치한 내국인 카지노로 인해, 지역의 교육환경은 점점 열악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지역사회와 기업, 지자체의 협력으로 유소년 유도가 성장하며 학교와 지역을 다시 살리고 있습니다. 이다혜 기자입니다.
[리포트]
최근 충북 제천에서 열린 전국 초·중·고 연맹기 유도대회.
강원도 정선의 폐광촌 사북 출신 선수들이 또 한 번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초등부 배서준, 중등부 조부건과 김슬아 선수는 각 체급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 같은 성적은 이제 놀랄 일도 아닙니다.
최근 몇 년간 전국 규모 대회에서 사북 초·중학교 유도부가 잇따라 우승을 거머쥐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하준 정선교육지원청 교육장:"폐광이라고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비슷한 환경에 있는 그런 지역의 아이들에게도 용기와 희망을 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석탄 산업 쇠퇴 이후 국내 유일의 내국인 카지노가 들어선 정선군 사북읍.
한때 인구가 수만 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지만, 현재는 4천 명 남짓으로 줄었고, 초·중학생 수는 300명에 불과합니다.
도박 도시라는 오명 속에 전당포와 모텔 등 각종 상업시설이 자리 잡았고, 아이들을 위해선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런 사북이 유소년 유도가 만들어낸 기적으로 다시 빛나고 있습니다.
폐광촌에 들어선 카지노 기업 강원랜드 직원들 가운데 유도 전공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재능기부에 나선 게 싹을 틔웠습니다.
그 토양 위에 우연히 출전한 대회에서 아이들이 상위 성적을 거두면서 초·중학교 유도부가 탄생했습니다.
[정훈희 강원랜드 보안관리팀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찾아본 결과 저희 예전 안전상황팀이라는 부서에 유도 전공자들을 구성해서 처음 아이들과 만나서 유도를 지도하는 걸 봉사활동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역 사회는 지역의 미래를 살리자는 마음으로 십시일반 유도부 육성에 동참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고등학교 유도부까지 창단하며, 초·중·고를 아우르는 체계적인 육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유도부 창단 후 다른 지역에서 유도부에 입단하기 위해 전학하는 학생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상우 사북중 1학년 :"(다른 지역에서) 그때는 거기 유도가 좀 재미없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오니까 좀 색다르고 재미있어서 좀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들의 꿈을 지키기 위한 지역사회의 간절함이 사그라져 가던 교육을 다시 살리고 있습니다. 헬로tv뉴스 이다혜입니다.
영상취재 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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