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수확의 계절이지만 진료실에서는 머리카락의 손실과 탈락을 호소한다.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진다”는 환자들의 호소가 늘어나는 것이다. 탈모는 유전, 환경, 신체 리듬, 생활 습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데, 특히 가을 환절기에는 모발의 탈락이 두드러진다.
동물들은 계절에 따라 ‘털갈이’를 한다. 여름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털을 가볍게 갈아내고, 가을에는 추운 겨울을 대비해 낡은 털을 밀어내고 굵은 새털을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털갈이는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적응현상이다.
사람도 진화 과정에서 이 기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따라서 가을철에 모발이 휴지기로 들어가 빠지는 현상은 동물 털갈이의 흔적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가을철 탈모가 심해지는 진화론적인 이유다.
모발은 성장기–퇴행기–휴지기의 주기를 따른다. 여름 동안 강한 자외선과 열에 손상된 모발은 가을에 휴지기로 전환되면서 많이 빠진다. 그러면서 다시 발모가 되는 것은 일상적으로 건강한 모발 주기로 볼 수 있다.
가을철에 특히 탈모가 심해지는 환경적, 신체적 이유가 있다. 가을은 일교차가 크고 건조하며, 일조량이 줄어드는 계절이다. 이로 인해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해지고 두피 혈류가 흔들린다.
또한 가을의 건조한 기운은 두피와 모발을 메마르게 하는데, 실제적으로 신체 내부에서는 비타민D 합성과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들어 모낭의 성장을 약화시킨다. 다양한 연구에서도 9~11월에 모발 탈락량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
한의학에서도 가을을 ‘조(燥)’의 계절로 보는데, 가을의 건조한 기운이 폐(肺)를 상하게 하고, 폐는 피부와 털을 주관하기 때문에 탈모로 이어진다. 여기에 영양결핍 등으로 간혈(肝血)과 신정(腎精)의 부족은 모발을 가늘고 푸석거리게 한다.
탈모가 있다고 해서 모두 치료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리적인 탈모는 두피건강에 문제가 없으면서도 하루 50~100개 이하의 일시적으로 소량의 탈모가 일어나고 2~3개월 이내에 자연스럽게 회복되면서 새 모발이 난다. 가을철 탈모는 대부분 일시적이면서 정상적인 발모로 회복이 된다.
그런데 치료가 필요한 탈모는 하루 100개 이상의 탈모가 최소 2주이상 유지되면서 두피의 염증, 과다한 피지가 동반되면서 점점 심해지거나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게다가 특정 부위만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문제성 탈모에 해당한다.
한약으로 가을철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은 다양하다. 먼저 기본적으로 혈허(血虛)로 인해서 머리카락이 가늘고 윤기가 없는 경우는 사물탕이 기본처방이 된다. 그리고 신음(腎陰) 부족으로 인해서 허약하고 조열(燥熱)과 함께 탈모가 동반될 때는 육미지황탕, 탈모와 함께 불면증이나 불안감 심한 경우는 보혈안신탕, 두피 가려움과 염증, 비듬이 심한 경우는 소풍산이 도움이 된다.
가을철 탈모에 침치료도 좋다. 백회, 사신총, 신정, 두유 등 두피 혈자리는 혈류를 촉진하고 모낭에 영양 공급을 촉진한다. 그리고 태충, 삼음교, 태계, 관원, 족삼리 등의 혈자리는 간혈(肝血)과 신정(腎精)을 보하고 기혈 생성을 촉진한다. 사암침법으로는 폐정격과 대장정격 등을 활용한다.
가정에서는 백수오, 검은깨, 구기자, 서목태(검은콩)를 차로 마셔도 좋다. 이들 약재는 간신을 보하고 모발을 윤택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단백질, 아연, 철분, 비타민 D, 오메가3 보충도 두피건강과 함께 모발건강에 도움이 된다.
끝이 둥근 솔빗을 이용해서 가볍게 하루 1~2회, 5분 이내로 두피를 두드리는 것은 두피 혈류 개선과 스트레스 완화 차원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손톱을 짧게 깎은 상태에서 손가락을 모아서 두피를 톡톡톡하고 두드려 주는 것도 좋다. 하지만 너무 강한 자극으로 장시간 반복하게 되면 민감성 두피에 오히려 염증성 반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규칙적 운동은 성장호르몬과 멜라토닌 분비를 촉진해 모발 건강을 돕는다. 그리고 가을철의 우울함은 탈모를 촉발하기 때문에 경쾌한 음악이나 밝은 색의 옷을 입는 것도 좋다. 산책과 운동은 우울감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가을철 탈모는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생활습관과 건강 상태에 따라 병적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지만, 모발 건강에는 위기일 수 있음을 기억하고 체질에 맞는 보강과 생활 관리로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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