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케데헌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여기에 한의원이 등장한다. 걸그룹 헌트릭스의 리더인 루미의 목소리 문제가 생겼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마도 성대결절이 생긴 것 같다.

루미가 멤버들과 함께 한의원을 방문하자, 한의사는 루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부분을 치료하려면 전체를 이해해야 하는 법이죠.”라고 말한다. 전체적인 한의학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대사였다.

그런데 루미의 얼굴을 바라보며 보인다. 보인다.”라고 하더니, 곧바로 사실 잘 보이지 않습니다. 벽이 겹겹이 쌓여 있어서요. 벽이 너무 많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루미는 강박과 책임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이다. 루미를 포함한 멤버들은 우리는 헌터, 강인한 목소리. 결점과 두려움은 꼭꼭 숨겨라는 다짐을 반복했다. 게다가 루미는 리더였다.

한의사는 루미의 방어기제를 지적한 것이다. 심리적 방어기제가 강하면 자신의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문제 없어, 난 아프지 않아.’라고 스스로 세뇌하며 병을 감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심각한 긴장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런데 한의사는 어떻게 얼굴만 보고서 진단을 한 것일까? 한의학의 진찰법은 망문문절(望聞問切) 네 가지로 이루어진다. 그 중에서도 망()은 환자의 골격과 얼굴의 기색, 태도, 혀의 색깔, 심지어 눈빛까지 살펴내는 과정이다.

루미에게서 방어의 벽을 읽어낸 것도 바로 이 망진(望診)의 힘이었다. 한의사는 루미의 얼굴을 쳐다만 본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너머의 마음과 몸의 신호를 읽어낸 것이다.

케데헌 한의사는 조이와 미라 또한 망진만으로 병세를 읽어낸다. 곁에 있던 조이에게는 남들의 기분을 맞추려는 마음이 과하다.”고 진단했다. 이는 소음인의 성격적 특성이다. 조이는 상대를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항상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에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러나 책임감과 함께 철두철미한 성격이기 때문에 무대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한편 미라는 소양인 기질이 강하다. 소양인은 성격이 욱하고 눈빛이 강렬하다. 미라는 어려서부터 집안의 사고뭉치였으며, 갈라쇼에 침낭을 쓰고 나올 만큼 남의 시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자기만족을 우선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성격이다. 소양인은 눈빛이 강하고 빛이 난다. 케데헌 한의사는 미라와 눈싸움에서 고개를 돌리고 만다.

어쨌든 한의사에게 탕약을 받은 루미와 멤버들은 무척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필자는 무슨 처방을 했을까 궁금했다. 혹시 향성파적환(響聲破笛丸)과 같은 처방이었을까? 향성파적환은 <동의보감>에도 나오는데, 노래를 많이 불러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것을 치료하는 처방으로 몇가지 한약재들을 가루내서 달걀흰자로 반죽하여 환을 만든 것이다.

예로부터 한의학에서는 목소리와 관련된 병을 치료해 왔다. <동의보감>에는 심()은 성음(聲音)의 주인이고, ()는 성음의 문이며, ()은 성음의 뿌리이기 때문에 이들 장기의 문제와 함께 풍(), (), (), ()이나 기(), (), (), () 등의 사기가 심폐를 침범하여 목소리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리고 특히 신기(腎氣)가 약해서도 목소리에 병이 생긴다고 했다.

임상에서는 소화기의 문제로도 음성을 담당하는 폐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소화기를 튼튼하게 하는 처방을 하기도 한다. 또한 성대결절이 급성적으로 생기거나 인후통을 동반하는 경우는 감길탕이나 청인이격탕, 기침을 동반하면서 만성적인 경우는 청상보하탕이나 맥문동탕, 소화기의 문제가 있는 경우는 반하후박탕이나 양위탕 등을 처방한다.

필자는 석창포, 진피, 길경, 오미자, 감초로 구성된 성치통치방(聲氣通治方)도 다용하는데, 이 처방은 제반 목소리와 관련된 증상을 치료하는 특효방이다. 환자 증상의 변증에 따라서 다양한 처방과 합방해서 처방하면 효과적이다.

그런데 루미가 나중에 알고 보니 한의사가 준 약은 포도주스였다. ‘100% GRAPE JUICE. 포도 에이드그렇다면 케데헌 한의사는 사기를 친 것일까? 그렇지 않다.

왜 하필 포도였을까? 한의사는 루미의 목소리 문제를 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화가 치성하면 성대에 염증이 생겨 목소리가 잠기고, 폐금(肺金)을 말려 건조하게 만든다.

포도는 성미가 서늘하고 맛이 달아 진액을 생기게 하고 열을 식히는 효능이 있다. 또한 간()과 신()을 보익해 혈을 맑게 하며, 폐열(肺熱)과 심화(心火)를 진정시켜 목소리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 포도는 루미의 화()를 잠재우면서 성대를 적셔 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도록 돕는 최적의 처방으로 볼 수 있다. 아마도 루미는 극 중에서 이후 목소리에 대한 증상이 없어진 것으로 보면 한의사의 포도주스 처방을 모두 복용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서 케데헌 한의사의 망진에 대해서 다시 살펴보자. 케데헌이 인기를 끌면서 한의원을 한번도 방문해 보지 않는 사람들은 한의사들은 얼굴만 보고서 진단을 하나?’하고 의아해하거나 오해하실 수 있겠다.

한의학의 고전인 <내경>에서는 망진으로 병을 아는 것을 신의(神醫)’라고 했다. 케데헌 한의사는 과연 신의의 경지에 올랐던 것일까? 그러나 망진뿐 아니라 병세를 물어보고 진맥까지 함께 했다면 더욱 완전한 진찰이 되었을 것이다.

과거 한때 손목만 내밀면서 자신의 병을 알아맞혀 보라는 환자들이 꽤 있었다. 한의사를 시험하는 것이다. 만약 얼굴만 보고서 병을 맞춰 보려고 한다면 한의사는 오만과 독단에 빠지기 쉽다. 결국 오진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만약 환자들이 케데헌 한의사처럼 제 얼굴만 보고 병을 맞춰 보세요.”라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것은 <맹자>에 나오는 불능(不能)과 불위(不爲)의 예처럼 얼굴만 보고 병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마치 어르신을 위하여 나뭇가지를 꺾는 것과 같은 불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 한의사들이 얼굴만 보고 진단하지 않는 것은 못해서가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다.

제대로 된 진찰은 환자가 들어오면서부터 망진과 함께 병세를 자세하게 묻고, 진중하게 듣고, 아픈 부위를 만져보면서 진맥을 하는 결과로서 끝이 나야 한다. 한의사들은 결코 신의(神醫)를 꿈꿔서는 안 된다.

헬로tv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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