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 연재 칼럼은 한동하 한의사가 성경에 나오는 다양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약초와 질병과 그리고 치료와 관련된 내용을 바탕으로 종교와 신앙적 관점이 아니라 과학적, 의학적 관점에서 풀어쓴 글입니다.

창세기를 보면 하나님은 처음에는 아담만을 창조했다. 이후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가 만들어지면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상대적인 성이 부여되었고, 이 둘은 부부의 연을 맺어 후손을 이루게 된다. 그렇다면 인류는 아담(남성)에서 출발했을까? 이브(여성)에서 출발했을까?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마치 신화처럼 들린다. 사실 이는 무조건적으로 맹목적인 믿음이 없다면 수긍하기 힘들다. 그런데 무모하게도 과학자들은 최초의 인류를 유전자의 분석을 통해 찾기 위해 노력했다. 과연 과학은 아담과 이브를 찾아낼 수 있을까?

인간임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요소가 있다면, 이것을 추적해서 올라가면 이론적으로 가장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이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가능성의 열쇠가 되는 결정요소에는 몇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염색체다. 인간은 23쌍, 총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염색체는 세포 분열 시 나타나는 실 모양의 구조물로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DNA와 단백질로 구성된다. 각 염색체 안에는 수많은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어서 인간의 유전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하는 핵심 단위다.

사람은 46개의 염색체 중 23개는 아버지로부터 받고 나머지 23개는 어머니로부터 받는다. 즉, 우리는 부모로부터 각각 절반의 유전 정보를 받는다. 그래서 아버지의 유전자 50%, 어머니의 유전자 50%가 무작위로 조합되어 결정된다.

그런데 차이라면 남성은 XY 염색체를 가지고, 여성은 XX 염색체를 가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Y염색체는 남성에게만 있기 때문에 Y염색체를 추적해서 따라 올라가면 최초의 아담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유전학자들은 Y염색체를 분석해 약 20만 년 전 살았던 인류 공통의 남성 조상을 추정했는데, 이를 ‘Y염색체 아담(Y-chromosomal Adam)’이라고 부른다.

Y염색체만으로는 인류 조상의 유전 계보를 대표하기 어렵다. Y염색체의 계보 추적은 가능하지만, 안타깝게도 Y염색체를 가진 남성의 후손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식을 남기지 못하면 그 계보는 그 순간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Y염색체 아담은 최초의 남성이 아니라, 인류 남성들이 결국 하나의 공통된 생명 뿌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일 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없을까? 바로 미토콘드리아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에 있는 작은 기관으로 에너지(ATP, 아데노신삼인산)를 만드는 공장 역할을 한다. 동물은 미토콘드리아가 없다면 ATP를 생성하지 못하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는 동물에게 필수적인 기관이다.

다행스럽게도 미토콘드리아는 자신의 DNA를 따로 가지고 있고, 이것이 모계 유전에 따라서 후손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추적 또한 가능하다. 

세포 속의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는 동물에게서 에너지(ATP)를 생성하는 필수 기관으로 모계 유전이 된다. 챗GPT에 의한 AI생성 이미지.

중요한 점은 미토콘드리아는 남성의 정자에는 거의 없고, 여성의 난자에만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당신의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는 모두 당신의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로부터 전해 받은 것이다.

이것을 보면 인간의 진정한 유전은 모계 유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동물의 생명 근간을 이루는 ‘미토콘드리아’가 모계 유전되기 때문이다. 

결국 유전학자들은 인류의 조상을 찾기 위해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적했다. 그랬더니 약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흑인 여성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래서 이 여성을 유전학적으로 인류 최초의 여성이라고 해서 상징적으로 ‘미토콘드리아 이브(Mitochondrial Eve)’라고 부른다. 

미토콘드리아 이브 또한 최초의 여성이 아니라, 인류의 공통된 조상 중 한 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 Y염색체 아담처럼 말이다. 따라서 Y염색체 아담과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동시의 사람도 아니고 성경 속의 아담과 이브가 아니다. 

다만, 인류의 조상은 마치 삼각뿔처럼 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의 뿌리로 연결될 수 있다는 상징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Y염색체 아담보다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보다 계통적으로 안정된 혈통의 연결 고리를 가진다는 사실이다.

흥미롭게도 인류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으로부터 유전되어 내려오고 있었다. 오늘날 과학이 밝힌 사실은 인류의 생명 에너지는 여성을 통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성경 속 인류의 기원은 아담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생명의 연속성은 이브를 통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 참고한 성경 구절(개역개정 4판)

〇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하시니 잠들매 그가 그 갈빗대 하나를 취하고 살로 대신 채우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에게서 취하신 그 갈빗대로 여성을 만드시고 그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시니 아담이 이르되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을 남성에게서 취하였은즉 여성이라 부르리라 하니라 (창세기 2:21~23)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매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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