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본 연재 칼럼은 한동하 한의사가 성경에 나오는 다양한 흥미로운 이야기와 함께 약초와 질병과 그리고 치료와 관련된 내용을 바탕으로 종교와 신앙적 관점이 아니라 과학적, 의학적 관점에서 풀어쓴 글입니다.
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시며 남자의 포피를 베는 할례를 그 표징으로 삼으셨다. 창세기(17:10)에는 ‘너희 중 남자는 다 할례를 받으라. 이것이 나와 너희와 너희 후손 사이에 지킬 내 언약이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다.
할례가 남성에게만 시행된 이유는 고대 사회가 부계 중심이었고, 혈통과 언약의 계승이 남성에게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약의 표징도 혈통을 잇는 남성에게만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성의 할례의식은 따로 없었다.
당시 할례는 날카로운 돌이나 부싯돌로 만든 칼을 사용해서 시행했다(출애굽기 4:25, 여호수아 5:2). 그러나 오늘날의 포경수술처럼 음경의 포피를 완전히 도려내는 방식이 아니라 포피의 끝부분만을 일부 절제하는 형태였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도 포피 끝만 절제하는 장면이 다수 등장한다.
특히 신생아 남아가 태어난 후 8일째에 반드시 할례를 시행했는데, 이를 ‘8일째 할례’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8일째 할례를 했을까?
먼저 신학적 이유이다. 유대 전통에서 7은 완전수이고 8은 새로운 시작과 새로운 창조를 의미한다.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엿새 동안 천지를 창조하시고 일곱째 날 안식했다는 내용이 그 배경이다. 그래서 7이 한 주기의 마침이라면, 8은 새로운 질서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숫자가 된다. 따라서 8일째는 새로운 언약 공동체의 시작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의학적 이유도 있다. 흥미롭게도 신생아는 생후 8일 무렵, 혈액응고 인자(비타민 K, 프로트롬빈)가 가장 안정적으로 분비되어 출혈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성경 시대에는 이러한 생리학적 사실을 몰랐겠지만, 다양한 연령대에 할례를 시행해 본 경험을 통해 가장 안전한 시점을 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율법에서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괄적으로 할례를 시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성인의 할례는 며칠 동안 이동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과 부종이 컸을 것이다. 또한 감염 사례도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여호수아(5:8)에는 ‘모든 백성에게 할례 행하기를 마치매 백성이 진중 각 처소에 머물며 낫기를 기다렸다’라는 구절이 있다. 아마도 최소 1~2주일 이상의 회복 기간이 필요했음을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이스라엘(유대교)과 이슬람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종교적 이유로 남성 할례가 거의 의무적으로 시행된다. 또한 아프리카나 오세아니아 일부 지역에서는 전통 성년식으로 할례를 실시한다.
동양에서는 할례와 비슷한 관습이 따로 없었다. 중국, 한국, 일본 전통에서도 할례와 같은 의례적 습속이 존재하지 않았다. 요즘 시행하고 있는 포경수술은 성경의 할례와 개념 자체가 다르다. 할례는 의료적 목적 없이 이루어진 언약의 상징이었다면, 포경수술은 의료적 필요성에 따라 시행되었다.
성경의 할례는 위생 목적과는 무관한 언약과 정체성의 상징이었다. 할례는 포경수술과는 시행했던 이유 자체가 달랐다. 현재의 포경수술이 할례의식 때문에 생겨난 것도 아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포경수술이 일종의 성년의식처럼 여겨졌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포경수술을 하지 않으면 아직 어른이 아니라는 핀잔도 받기도 했다. 실제로 일부 나라에서는 아직도 성년의식의 일환으로 포경수술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남성의 포경수술은 요로감염 위험 감소, HIV와 일부 성병 감염률 감소가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WHO에서는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성병 예방 차원에서 제한적으로 권장하고 있으나, 보편적 예방 수술로 권장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도 추세를 보면 20세기 이후 서양의학의 영향으로 포경수술이 대중화되었고, 1970~90년대에는 거의 필수처럼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불필요한 수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포경수술은 위생 관리의 용이성, 특정 감염 위험 감소 등 일부 의학적 이점이 있지만, 모든 남성에게 일률적으로 권장될 수 있는 수술은 아니다. 특별한 질환이나 기능적 문제가 없다면 굳이 받을 필요는 없다.
* 참고한 성경 구절(개역개정 4판)
〇 너희 중 남자는 다 할례를 받으라 이것이 나와 너희와 너희 후손 사이에 지킬 내 언약이니라 (창세기 17:10)
〇 십보라가 돌칼을 가져다가 그의 아들의 포피를 베어 (출애굽기 4:25)
〇 그 때에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이르시되 너는 부싯돌로 칼을 만들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다시 할례를 행하라 하시매 (여호수아 5:2)
〇 또 그 모든 백성에게 할례 행하기를 마치매 백성이 진중 각 처소에 머물며 낫기를 기다릴 때에 (여호수아 5:8)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매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헬로tv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제보] 카카오톡 '헬로tv뉴스' 검색 후 채널 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