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후보자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외국인 사슴 폭행’ 발언은 확인되지 않은 허위 사실을 이용해 외국인을 악마화한 왜곡이며, 보수 표 결집을 겨냥한 선거용 내셔널리즘의 전형이다. 지난 참의원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외친 참정당의 약진을 등에 업고 우익 정치 전반이 배외주의 경쟁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에서, 이 발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위험한 정치적 신호다.
나라현 당국은 일상적 순찰에서도 사슴 폭행 사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고, 다카이치는 “나름대로 확인했다”는 모호한 답변 외에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나아가 외국인 형사사건 불기소가 ‘통역 미확보 탓’이라는 주장도 검찰과 전문가들에 의해 부인됐다. 또한 실제로 사법통역 인력은 수요보다 많은 수준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반박이 제기됐다. 확인 불가능한 주장을 빌미로 외국인을 지목하는 프레이밍은 사실 검증을 회피하고 감정을 선동하는 전형적 수법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 국면에서 다카이치의 발언은 강경 보수 유권자의 불안과 분노를 동원하려는 계산으로 읽힌다. ‘여자 아베’로 불릴 만큼 강경한 역사·안보 인식을 가진 후보가 외국인 혐오 프레임으로 분노와 배제의 감정을 유발하려는 것은 퇴행적 선거 전략이다.
지난 7월 참의원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전면에 내건 참정당이 의석을 늘리며 약진했고, 이 흐름은 자민당 내부 후보들까지 외국인 규제 강화를 경쟁 공약으로 삼게 만든 배경이 됐다. 실제로 이번 총재 경선에 나선 후보 다수가 불법체류·스파이방지·토지취득 규제 등 외국인 통제를 앞세우며 강경 기조를 선명히 하고 있다. 극우 포퓰리즘의 어젠다가 주류 보수로 흘러들어가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외국인 범죄·질서문란을 과장하는 포퓰리즘은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떠올리게 한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수많은 조선인을 집단 학살하고도 일본 정부는 여태 이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해야 할 것은 ‘외국인 때리기’ 경쟁이 아니라 외국인과의 공존을 위한 정책 수립과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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