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경민 국제정치학 박사 
윤경민 국제정치학 박사 

#1. 나는 관종이다. 남들의 관심을 갈구한다. 

내가 페이스북에 글과 사진을 자주 올리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기록용이다. 오늘 무엇을 먹었고 무엇을 했고 누구를 만났는지, 내가 어디를 여행했고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졌는지를 기록하는 용도다.

두 번째는 남들에게 나 스스로를 감시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새해 결심을 비롯해 어떤 목표를 설정했을 때 나 스스로를 끊임없이 채찍질하기 위함이다. 남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으니, 게을리하거나 중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세 번째는 솔직히 과시용이다.

평소 먹지 못했던 비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나름 멋지게 꾸미고 치장했을 때, 좋은 곳을 여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때, 나는 지금 행복하다는 걸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관종인 나는 '좋아요'가 많이 달리면 기분이 좋고 선한 댓글이 많이 달려도 물론 우쭐해진다. 그런데 이게 지나치면 부작용이 크다.

우선 내가 행복하다는 걸 과시하다 보면 과소비를 하게 된다. 명품, 고급차, 사치품을 지속적으로 사들여야 한다. 더 많은 '좋아요'를 얻기 위해 더 사치를 부리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남들과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남이 더 좋은 차를 타고, 호화 해외여행을 하고, 고급 호텔에서 식사를 하는 모습,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배가 아파진다. 타인의 화려한 삶과 비교하다 보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이건 내 얘기가 아니다. 호주 시드니공과대학의 연구 결과다. SNS 사용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무려 46가지나 된다고 한다.

# 2. 네팔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동도 SNS가 촉발했다.

네팔 정부가 SNS 접속을 차단하자 시민들이 반발하며 거리로 나선 것이다. 부패를 척결하지 않고 민생을 돌보지 않는 정부에 실망한 젊은이들이 동참하면서 시위는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성난 군중은 정부 청사와 대통령 관저, 정치인 집에 불을 질렀고 교도소까지 습격했다. 

빈부격차를 꼬집는 영상이 폭동의 도화선이 됐다. 사치품과 호화로운 생활을 과시하는 고위층 자녀들의 모습과 생활고에 시달리는 이들을 대조하는 영상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시위가 폭동으로 변한 것이다.

#3. 부탄 국민들의 행복지수 추락도 SNS가 원인이다.

네팔 동쪽의 작은 불교국가 부탄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였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행복지수 1위로 유명했다. 가난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높다고 느끼는 국민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2019년 조사에서는 추락했다.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95위로 떨어졌다. 스마트폰과 SNS가 보급되면서 달라진 것이었다. 

그동안 외부 문명과 거의 단절된 채 내면의 평화와 공동체 중심으로 살아왔던 부탄 국민들이 외부 세계와 자신을 비교하기 시작하면서 행복지수가 떨어진 것이다. 다들 이렇게 살겠거니 생각했을 땐 행복지수가 높았지만 호화로운 삶을 영위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했을 것이다.

내 손안의 컴퓨터, 스마트폰. 나를 세상과 연결해주는 SNS. 문명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삶이 갈수록 편해지고 있다. 반면 자꾸만 남들과 비교하게 되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자존감 저하에 시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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