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약 29.4%에 이른다. 일하는 고령자는 930만 명으로, 과거 최다를 기록했다. 고령층 취업률은 25.7%로, 4명 중 1명은 일을 한다는 얘기다. 65세에서 69세까지는 절반 넘게 일한다(53.6%). 70대 전반의 취업률도 35.1%에 달한다.

한국은 고령자 취업률만 놓고 보면 일본보다 높다. 한국의 고령화율은 20.6%인데, 고령층 취업률은 38.2%에 이른다. 언뜻 보면 한국이 더 활력 있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비정규직 비율이 61%에 이른다. 10인 미만의 영세기업 근로자가 49%에 달하고, 단순 노무 종사자도 35%를 넘는다. 국민연금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어 ‘생계형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임금 수준이 낮고 고용 안정성도 떨어진다. 한국의 고령자 빈곤률은 40%를 넘는다.

반면 일본의 노인 빈곤률은 20%에 그친다. 일본은 ‘계속고용·재고용·정년 연장’을 축으로 기업 내 고용 유지가 제도화되어 있다. 다만 재고용 시에는 임금 하락이 뒤따른다. 일본 고령자의 비정규직 비율은 38.9%로, 한국보다 낮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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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고령자 일자리의 질 향상'에 맞춰져야 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정년 연장도 이런 관점에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고령자 고용을 ‘값싼 노동’으로 설계해서는 안 된다. ‘경험 가치에 대한 합당한 보상’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연령 차별을 피하면서 직무·기술·성과에 연동되는 보상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직무 전환기에는 임금 보전과 재훈련 바우처를 결합해 급격한 소득 하락을 완충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노인 빈곤률을 낮출 수 있다.

산업별 구현도 중요하다. 돌봄·의료 분야에서는 고령자의 경험을 살린 케어 보조, 이동 지원, 생활 지원 직무를 체계화하고, 단계형 자격 체계를 통해 처우를 끌어올려야 한다. 도시재생·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지역 교통 운영 관리, 안전 모니터링, 관광 안내 등의 업무를 고령자에게 개방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고령자를 위한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청년 취업난의 충돌이다. 두 이슈를 조화롭게 해결하는 슬기롭고 촘촘한 설계가 필요하다.

고령자에게는 건강·의욕·경험에 맞춘 직무 재설계와 단계적 근로(단시간·계절·프로젝트형)도 검토해 볼 만하다. 청년에게는 훈련-고용 연계형 채용(도제식·현장학습형), 인턴·현장훈련에서 정규 고용으로 이어지는 명확한 전환 경로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고난도 숙련·대인 신뢰·안전 책임은 시니어 중심으로, 창의·고속 학습·장기 운영은 청년 중심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고령자 고용의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초점은 ‘얼마나 많이’에서 ‘얼마나 좋게’로 바꿔야 한다. 높은 고령자 고용률보다는 노동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 산업 구조 개편에 따른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이를 위한 맞춤형 직업 교육 확대도 필수다.

윤경민 국제정치학 박사 
윤경민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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