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케이블TV 공동기획 '우리동네 영웅' 시간입니다.

최근 세종시에서는 실수로 쓰레기에 섞여 버려진 거액의 현금을 폐기물 처리업체 직원들이 찾아 주인에게 되돌려준 일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딱한 이웃의 사정을 외면하지 않고 내 일처럼 도왔던 이들에게 각종 찬사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어쩌면 이들이 쓰레기 더미에서 찾은 건 돈보다는 이웃사랑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작은 영웅들을 SK브로드밴드 김후순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오전, 세종시청 자원순환과에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60대 여성이 아들 수술비로 쓸 2천 600만 원을 실수로 쓰레기 집하시설인 자동크린넷에 버렸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강현규/세종시 자원순환과 주무관: "오전 10시 정도에 그분이 사시는 아파트 관리소장님한테 전화를 받았고요. 소중하게 쓸 돈을 잘못 투입을 해서 지금 집하장으로 빨려 들어간 것 같다,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겠느냐…."]

강 주무관은 곧바로 집하장에 연락해 쓰레기 반출을 중단시키고 안타까운 사정을 전했지만, 잃어버린 돈을 찾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거라 여겼습니다.

[곽영신/소각장 위탁업체 운영팀장: "아무래도 직원들마다 본연의 업무가 있다 보니까 그분들 업무를 중단하고 민원인 요청에 의해서 저희가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거든요."]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집하장과 소각장 직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습니다.

부모이자 자식 가진 심정은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창재/소각장 위탁업체 과장: "어머니와 비슷한 연령이시고 또 자식 가진 입장에서 그런 사정을 들었을 때는 최대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렇게 정오부터 시작된 돈다발 찾기 대작전.

칼바람이 부는 영하권의 날씨 속에서도 넓은 공터에 쓰레기를 펼쳐놓고 손으로 일일이 찾는 사람들의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진짜로 돈을 찾을 수 있을지 모두가 반신반의했습니다.

[강현규/세종시 자원순환과 주무관: "자동크린넷에 빨려 들어가게 되면 내부에서 쓰레기봉투가 그대로 있는 게 아니라 다 찢어지면서 흩어지게 돼 있거든요. 그래서 그 흩어진 돈들이 한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박스 전체 어디에 어떻게 퍼져 있는지를 가늠할 수조차 없기 때문에 그걸 찾는 게 굉장히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일단 들었었습니다."]

[안병규/집하장 위탁업체 운영소장: "저도 사실 찾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었습니다. 쓰레기양도 많거니와 그때 날씨도 엄청 추웠었고 바람도 많이 불었었거든요."]

그렇게 1시간 정도 쓰레기더미를 뒤지던 순간.

5만 원 권 지폐 한 장이 발견되자 그 주변에서 잇따라 나오기 시작했고, 현장 분위기는 의심에서 감동으로 변했습니다.

[이창재/소각장 위탁업체 과장: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도 했는데 한두 장씩 나오다 보니까 충분히 가능하다, 그럼 나도 한 번 더 찾아보자 이런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오병남/소각장 위탁업체 차장: "5만 원, 만 원짜리 지폐를 찾을 때마다 다들 좀 기뻐하는 마음으로 '심봤다'는 수준으로 다들 소리치면서 이렇게 찾고 했습니다."]

이렇게 6시간 정도의 작업이 이어졌고, 잃어버린 2천 600만 원 가운데 1천 800여 만 원을 찾아 주인에게 되돌려 줬습니다.

이튿날에도 소각장 직원들은 그 주변을 돌며 몇 만 원을 더 찾아냈지만, 그럼에도 전액을 찾아드리지 못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고 말합니다.

[경선우/집하장 위탁업체 과장: "당연히 해야 될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요. 전액을 찾은 것도 아닌데 이런 식으로 커진 게 저는 좀 더 죄송스러울 뿐입니다."]

이날 현장에 투입됐던 인력은 폐기물 자동집하장과 소각장 직원 모두 13명.

이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시청 관계자의 빠른 조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곽영신/소각장 위탁업체 운영팀장: "찾아드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요. 이번 사례 같은 경우는 세종시 담당자하고 집하장 소장님하고 저희(소각장)하고 연계가 잘 돼가지고 어떻게 보면 관리 체계가 잘 돼서 시간상 또 장소 여건상 잘 맞아서 찾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이런 따듯한 미담은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으로 알려져 훈훈함을 전했고, 최민호 세종시장은 이들을 직접 만나 감사의 인사를 대신했습니다.

[최민호/세종시장: "얼마나 아름다운 얘기겠어요? 이 직원들 너무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워서 오늘 제가 좀 많은 얘기도 듣고 격려해 주러 왔습니다. 이런 미담을 통해서 우리가 마음이 따뜻해지고 세종 사랑 마음이 깊어지는 건데…."]

세종시는 또 이들 2개 기관에 조만간 감사의 마음을 담은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입니다.

그럼에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지금의 관심과 찬사가 부담된다는 직원들.

[안병규/집하장 위탁업체 운영소장: "저희는 선의를 한 게 아닙니다. 단지 이제 그분의 마음에 공감을 했기 때문에 직원들이 이제 자발적으로 나서서 그런 일을 같이 도왔던 것 같습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외면하지 않고 내 일처럼 적극 나서 도운 이들이 우리동네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요?

B tv 뉴스 김후순입니다.

 

영상취재: 김민상(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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