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케이블TV 공동기획 '우리동네 영웅' 시간입니다.
전북 전주에는 오래 전부터 천사의 마을로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노송동인데요.
매년 크리스마스를 즈음해 거액의 성금을 놓고 홀연히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 때문입니다.
벌써 25년째 그의 한결같은 선행은 평범했던 마을 분위기도 바꿔놨습니다.
SK브로드밴드 엄상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그날도 몹시 추웠습니다.
크리스마스를 닷새 앞둔 날 아침, 노송동 주민센터 책상 위 전화기가 울려댑니다.
모두가 기다렸던 한 중년 남성의 목소리.
[조승희/노송동 주민센터 주무관(지난해 12월):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뉴스로만 접하던 분에 대한 걸 직접 전화로 받다보니까 되게 생경하고 놀라웠던 것 같습니다."]
그가 알려준 장소에는 언제나 그랬듯, 5만 원권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이 든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소년소녀가장을 위한 글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25년째 한해도 거르지 않고 거액의 성금을 놓고 사라진 그를 우린 '얼굴 없는 천사'라 부릅니다.
[홍미연/노송동 주민: "남을 위해서 자기의 돈을 사용하게끔 익명으로 한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어려운 부분이거든요. 그런 부분에서 참 대단하고 고맙다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 그 마음을 갖게 되고 그분의 정신을 닮고싶다…."]
그의 선행은 지난 200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초등학생 손에 들려 보내준 58만 4천 원이 든 돼지저금통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지난해까지 모두 26차례, 한해에 수천만 원씩 그가 놓고간 돈이 이제 10억 4천만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노동식/노송동 주민자치위원장: "천사의 나눔이 시작된 이후로 그동안 나눔이 좀 침체됐던 분위기가 전주를 벗어나 전국으로 굉장히 활성화 되고 있거든요. 또 천사가 주신 돈을 장학금이나 취약계층 분들에게 나눔을 해주고 있거든요."]
참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9년 연말, 천사의 성금이 돌연 사라진 겁니다.
다행히 한 주민의 결정적 제보가 절도범들을 특정할 수 있게 됐고, 도난 나흘 만에 노송동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전양균/노송동 주민: "한 번 실수가 있었는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거기에 대한 비난도 많았고, 전국적으로 방송이 돼서 옥의 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문제를 우리 동이나 지역주민들이 철저히 관리하고 감시해서…."]
이제 노송동은 '천사의 마을'입니다.
마을 곳곳 담벼락에는 천사를 기리는 벽화가 마을을 밝히고, 천사를 기리를 시가 내걸렸으며, 천사의 거리 또한 만들어졌습니다.
매년 주민들은 천사 축제를 열어 자발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천사의 뜻에 함께합니다.
[채월선/노송동장: "올해는 도나 시에서 5천만 원 지원을 해주셨더라고요. 그래서 올해는 더 풍성하고 알차게 행사가 진행될 것 같고요. 거기에 더불어 기부와 나눔 실천이 함께 진행될 것 같아요."]
[기자: 무려 25년 간 이어진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이곳 주민들의 자랑이자 자부심이 됐고, 이제는 전주를 넘어 전국에 제2의, 제3의 얼굴 없는 천사를 만들어내며 선한 영향력을 뻗혀나가고 있습니다. B tv 뉴스 엄상연입니다.]
영상취재: 정규운(SK브로드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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